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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기] [우수상] 두 팔로 전하는 생명 릴레이 - 조융희 작성일 2021-08-27 09:55
글쓴이 KMDP 조회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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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조융희 님의 <두 팔로 전하는 생명 릴레이> 입니다.



■ 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 기증자 조융희 (2015년 5월 기증)

■ 작품명 : 두 팔로 전하는 생명 릴레이



두 팔로 전하는 생명 릴레이


2015년 5월 **일,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기증으로부터 네 달 전, 겨울방학을 맞이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중에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조혈모세포 기증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일치하며 기증할 의사가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하겠습니다. 부모님과 상의해봐야겠지만 아마 할 것 같아요’라고 애매하게 문자로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 후에 협회 측에서 보여준 파일에 다양한 정보들이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쓰여있었습니다. ‘기증을 한다고 했다가 번복하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전처치 기간에 기증 번복 의사를 밝히면 환자는 사망하게 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기증이 쉬운 일이니? 그거 했다가 너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 안 그래도 체육을 직업으로 하게 될 녀석이 좀 더 신중해야 되지 않겠니?”라고 하셨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 만약에 환자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해봐요, 아버지. 그럼 기증을 안할 수 있어요? 그분도 누군가의 가족일텐데 내가 순간 망설여서 기증을 안하게 되면 그 사람은 희망을 찾았는데 죽을 수도 있다고요.” 라고 답을 한 후에 기증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말 하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겠더라...”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저의 몸 상태가 어떻든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가진 것은 건강한 몸뿐이었으니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협회에서 다양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조혈모세포가 원 상태로 돌아오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며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전신마취 후에 엉치뼈에서 뽑는 방식은 잘 시행하지 않는다’와 같은 설명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기증을 하기 4일 전부터 그라신이라는 주사를 양 팔에 매일 맞았습니다.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하는 주사인데 이 주사를 맞으면 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헌혈하듯 골수를 뽑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라신 주사를 맞는 기간동안 등뼈가 약간 뻐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형 병원에 입원하여 하루가 지나 다음 날 조혈모세포를 뽑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인지라 긴장을 하여 채혈 초기에 혈관이 많이 수축 되었습니다.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는 “긴장 많이하셨네요, 혈관이 아주 쪼그매졌어요.” 라고 하시면서 조금은 분위기를 풀어주셨습니다. 긴장이 조금 풀리자 조혈모세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약 네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셨지만 진짜 건강했는지 약 3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헌혈할 때는 한 팔에다 하지만, 조혈모세포는 양 팔에 주삿바늘을 꽂아서 하였습니다. 헌혈할 때와 별 다른 느낌은 없었고 약 4일 동안 맞았던 그라신 주사에 의한 통증도 3일쯤 지나니 사라졌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쓰일 것 같았지만 막상 끝나니 “어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증 후 보호자가 있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나는 친한친구가 와서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하루가 지나 퇴원하고 바로 일상생활을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기증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기증이라는 행위는 굉장히 숭고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증으로 인해 저의 경제적인 삶이 나아지거나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증으로 인해 제 스스로를 굉장히 가치있는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살렸다’ 현실에서 사람을 살리는 직업은 의사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정말 매순간마다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행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의사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사람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기증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것입니다. 


또한 기증이라는 행위를 하더라도 내 건강이 악화되거나 하는 것이 아닌 기증이 조혈모세포 기증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다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기증을 통해 나와 골수가 일치하는 환자를 살렸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제 인생은 항상 힘들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시험도 여러 번 보고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시험도 여러 번 보고... 그런 스스로를 보면서 ‘나는 왜이럴까... 나는 정말 뭘 해도 잘 안되는걸까...? 나는 가치있는 사람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자책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정말 숭고하고 대단한 일을 젊은 나이에 했다는 뿌듯함입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그때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혈모세포 기증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였습니다. 만약 환자분이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으면 제가 다시 기증을 해야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잘 회복되어 일상생활을 하게 되셨다는 연락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협회에서 연락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가치있는 존재로 다가가게 해준 조혈모세포 기증... 주변에 조혈모세포 기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몸이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실제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건강하다고 생각해야 기증을 할 때에도 건강한 세포가 나올 것 기도 하고 불안에 떨며 기증을 하면 그 조혈모세포를 받는 환자도 편한 마음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혈모세포는 신체에서 다시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눌 수 있으면 나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증했을 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고 무언가를 나누는 행위가 굉장히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에도 헌혈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진 것을 나누고자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에서는 나누기에 의해 큰 수가 작아집니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나누기에 의해 여러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었을 때 나 스스로를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삶에서 힘든 일이 생겼을 때나 스스로가 낮아지는 순간 자신의 가치를 되새겨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정말 내가 위기에 처하거나 힘들어졌을 때 ‘누군가는 나를 도와줄거야’ 라는 마음을 갖게 되고 자신의 베풂이 나중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게 됩니다. 반대로 나쁜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면 나쁜 사람만 주변에 있게 됩니다. 기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 주변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고 거기에 자신이 동참할 수 있습니다. 기부를 통해 나의 삶이 힘들어졌을 때 ‘반드시 누군가 나를 도울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보상이나 기대를 바라는 행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큰 가치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기증을 망설이고 계신가요? 저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조차 모르고 기증을 했습니다. 하지만 절차를 알면 알수록 약간의 겁은 났지만, 생각보다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기증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상황이고, 그로 인해 자신이 보는 자신의 가치를 숭고한 행위를 통해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음에 또 기증의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두 번이나 도울 수 있다면 도울 것입니다. 제 글로 인하여 어떤 한 분이라도 “기증희망등록”으로 이뤄진다면 저의 글은 굉장한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증으로 인해 기증희망자가 늘고 기증자가 늘어날 수 있다면 선순환이 반복되어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증했을 때의 감정을 생각하고 현재 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