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기] [우수상] 새로운 가족을 얻은 축복 - 한희섭 | 작성일 | 2021-08-27 09:53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1,381 |
본문
안녕하세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한희섭 님의 <새로운 가족을 얻은 축복> 입니다.
■ 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 기증자 한희섭 (2014년 7월, 2020년 8월 기증)
■ 작품명 : 새로운 가족을 얻은 축복
작품 설명 :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 그 후 얻은 여러 심리적 교훈 및 보람
새로운 가족을 얻은 축복
“좋은 일을 했다”라기보다 “나눔의 의미”를 알게 해주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합니다. 2013년 정기적으로 헌혈센터를 방문하다가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권유로 큰 거부감과 걱정 없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동의하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일 년여 시간이 지났을까? 2014년 5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코디네이터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조혈모세포가 필요한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분이 나타났으며 일치율이 60% 정도인데 동의하게 되면 자세한 건강검진 후, 기증을 진행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혼자 결정하지 말고 가족과 상의 후, 결정 여부를 말해달라 하셨습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아내의 반대를 수혜자분이 40대 중년 여성이고 누군가의 아내이며 딸이며 어머니임을 생각하면,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 가정의 문제임을 강조하여 겨우 설득하여 기증을 확정하고 기증 과정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건강검진에서 기증 적합을 통보 받은 후, 그래도 최상의 상태의 조혈모세포를 드리기 위해 가끔 마시는 술도 끊고,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하며 관리하며 채취일을 기다렸습니다. 그해 7월, 기증 스케줄을 정하고 “그라신”이라는 배양제를 받아 집 가까운 병원에 맡겨놓고 채취일 3일 전부터 투여 받았는데, 가벼운 몸살 기운을 느끼는 정도였지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수혜자분이 서울에 거주하시고 저의 기증일에 함께 이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 하루 전날 올라가 코디네이터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입원을 하였습니다. 기증 전날이라 “그라신” 주사를 두 배로 맞고 다음 날 일찍 채취를 진행하셨습니다. 채취 과정도 혈장 헌혈 방법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하였고 몸이 살짝 춥고 가끔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정도의 느낌 외에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하루 안정을 취하고 다음 날 퇴원하여 청주로 내려오는데 기차 안에서 생각해보니 마음도 뿌듯하고 모든 과정 속에서 코디네이터 선생님들의 세심함에 너무나 큰 감동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채취 과정에서도 옆에서 뒷시중을 들던 초등학교 5학년 아들도 많은 감동을 받았고, 이 부족한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너무나 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통하여 대신 전달된 수혜자의 오랜 친구분들의 진심 어린 편지를 보고 너무나 큰 보람을 느꼈고 수혜자분과 한 가족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대가 심했던 아내도 편지를 읽고서 제 등을 두드리며 “자랑스럽다”라고 말해주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최근에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수혜자분께서 병이 재발하여 재이식이 필요하다며 재공여에 대한 조심스런 부탁을 하시는데 저는 고민 없이 바로 허락하고 다음 과정을 진행하여 두 번째 기증을 하게 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이미 저는 그분과 한 가족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두 번째의 고민은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고민은 그분의 건강과 회복이지 기증에 대한 두려움과 그라신 주사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제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은 분의 얼굴과 상황은 모르지만, 기도할 때마다 그분의 건강과 그분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좋은 일을 하시는 대한적십자사와 헌혈의집 선생님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위해 기도하며 나누는 마음의 폭을 넓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제일 좋겠지만 수혜자분께 다시 어려움이 오면 세 번, 네 번 그 이상이 되어도 기증할 마음의 다짐도 하였습니다. 혹시 모를 세 번째 기증을 위해 제 자신에 대한 건강 관리도 더욱 신경 써서 해야하니 제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더 갖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아직도 남아있는 고통스러운 기존의 골수기증 인식을 헌혈하듯 편하게 기증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정보 전파와 다양한 기증 사례를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매체에 홍보해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식에 적합한 기증자가 없어 불안해하며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 위해 기증자들을 늘리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내 자신도 미미하지만 이 기증에 대한 값으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기증 절차와 후유증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더 적극적으로 노력 해야겠다는 각오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깨달음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형의 가치자산을 만들어 주시고, 피를 나눈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는 귀중한 일에 동참시켜주신 대한적십자사,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그리고 너무나 아름답고 친절셨던 코디네이터 선생님들께 꾸벅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1년 6월 12일 청주에서
한희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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