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기] [우수상] 나의 조혈모세포 기증이야기 - 김윤구 | 작성일 | 2021-08-27 09:51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1,4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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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2021 조혈모세포 기증 인식개선 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김윤구 님의 <나의 조혈모세포 기증이야기> 입니다.
■ 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 기증자 김윤구 (2020년 3월 기증)
■ 작품명 : 나의 조혈모세포 기증이야기
■ 작품 설명 :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해 느꼈던 점이나 생각을 쓴 글입니다.
나의 조혈모세포 기증 이야기
2019년 겨울이 되어가던 11월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라며 걸려 왔었던 전화, 언제 기증 의사를 밝혔는지 기억조차 안날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 유전자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며 조혈모세포 기증이 가능한지를 물어왔습니다.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수화기 너머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목소리는 귓가에만 맴돌 뿐, 걱정이 먼저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2박 3일이라는 입원 기간과 조혈모세포 촉진 주사 등 예전 골수기증 절차보다는 훨씬 간편해졌고 부작용도 덜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유전자가 일치해서 기증이 가능하다고 하니 만에 하나라도 있을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저찌 두세 번의 통화를 마칠 때 즈음에는 이미 피 검사 날짜를 잡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언제쯤 기증이 가능한지 날짜 조율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말에는 회사 일로 바쁘기 때문에 연말 지나고 기증 날짜를 다시 조율하기로 했고, 일단 1차 피 검사가 끝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혈모세포 기증 부작용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눈에 띄던 인터넷 글 중에 급성 통풍이 와서 고생 중이라는 글을 읽고는 ‘아 이거 큰일났구나. 괜히 기증을 한다고 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기증을 하기로 약속을 했으니 약속은 지키자 라는 마음으로 기증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그 무렵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예외없이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 가는게 무섭기도 했습니다.
연말이 지나고 기증을 위한 절차가 끝나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점점 더 긴장되고 초조한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기증자 분들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분들이 분명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협회 관계자분에게 전화 통화를 통해 느껴졌는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통 2박 3일동안 조혈모세포를 2번 채취해야 하는데 기증자분은 기증받는 환자가 나이가 어려서 1박 2일로 한 번만 채취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꼭 좀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 기증을 받지 못하면 또 언제 유전자 맞는 기증자가 나올지 모르니 꼭 도와주세요.” 라고 거듭 도움을 요청하셨고 환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말에 어린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어 보자 라는 생각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혈모세포 기증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기증 날짜가 잡힌 후에는 주의 사항을 들었는데, 기증 날짜가 잡히고 나면 2~3주 전부터 환자는 고농도 치료에 들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기증 날짜 잡힌 후에 철회를 하게 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게 되니 꼭 기증의사를 유지해주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증 날짜도 잡힌 상황에서 기증 철회는 사람으로써 해서는 안 될 행동이란걸 알게 되었고 드디어 기증을 위해 조혈모세포 촉진 주사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촉진 주사를 맞기 시작하자 협회 담당 간호사님께서는 혹여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혹은 부작용으로 힘든 점은 없는지 수시로 체크 해 주셨고 다행스럽게도 큰 부작용 없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입원 날짜가 되었습니다.
회사에는 미리 얘기를 해서 주말동안 입원해서 조혈모세포 채취를 하겠다고 얘기를 한 상태였고 주말동안 병원에 입원해서 조혈모세포 기증 준비를 마쳤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1인실을 배정해주시고 간식거리도 잔뜩 가져다 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참 민감하던 시기였고 그래서 보호자 없이 혼자 입원해서 조혈모세포 기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긴장되던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날이 밝고 조혈모세포 기증에 들어갔습니다. 걱정했던 것,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병원 간호사 분들이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조금 더 긴장을 풀고 기증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양쪽 팔에 조혈모세포 채취를 위한 주사 바늘을 꽂고 3~4시간 정도 걸릴거라는 안내에 따라 이불을 덮고 조혈모세포 채취에 들어갔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채취가 모두 끝나 있었고 그동안의 걱정이나 긴장이 눈 녹듯이 풀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부정적이었던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조금 긴 헌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겁을 냈을까? 그냥 주말 동안에 잠깐 입원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인데 왜 그렇게 망설였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환자가 내 조혈모세포를 받아서 건강하게 완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도 협회에서는 주기적으로 전화와 문자로 이상 증상이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주셨고 다행히도 큰 부작용이나 이상 증상 없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분도 생착이 잘 이루어져서 별다른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없이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벌써 기증을 한 지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가끔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자기 자랑 글들이 올라올 때면 저는 협회에서 받은 감사패와 기념품 사진을 올리고는 “제가 자랑할 것은 조혈모세포 이식 감사패 밖에 없네요” 라고 할 때 마다 ‘어느 자랑보다 더 멋진 자랑입니다’, ‘이런 게 진짜 자랑할 일이지 다른 게 자랑할 일이 아니네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셨네요. 제가 대신 감사합니다’ 라는 댓글들을 보며 가슴 한 켠에서 뿌듯하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조혈모세포 기증을 두려워하고 꺼려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기증이 끝난 후에 추후에 유전자가 일치하는 다른 환자가 나왔을 때 재기증 의사가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렸을 정도로 겁이 많은 소위 말하는 쫄보입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내 몸을 희생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게 아닙니다. 내 몸을 희생해야 했다면 저는 아마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몸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누군가를 살릴 만큼 용기가 있지도, 정의감에 불타지도 않는 평범한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일 뿐입니다. 그런 용기 없고 겁 많은 쫄보인 제가 그저 헌혈하듯이 어렵지 않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 누군가는 다시 건강하게 살아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42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당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저는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을 하고 조혈모세포를 기증해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 있고 뿌듯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증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위해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7월 26일
기증자 김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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