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생사를 넘은 그에게 남은 길 - 김여옥 님 인터뷰 | 작성일 | 2025-12-10 13:30 |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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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를 넘은 그에게 남은 길
김여옥(백혈병 진단 후 2차 이식) 인터뷰
급성골수성백혈병 재발로 KMDP를 통해 2차 이식을 받은 김여옥 님
한 환자가 KMDP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면서요. 2019년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2년만에 재발해 올해 조혈모세포 2차 이식을 받은 김여옥(62) 님입니다. 첫 이식 당시, 조혈모세포를 나눠준 오빠 김수현 님과 함께 찾았지요. 뜻밖의 방문으로 모두가 행복했던 날, 김여옥 님과의 풍성했던 대화를 되새겨봅니다.
첫 혈액암 진단
“하늘에 뜻을 맡기고 기다렸는데 기적처럼 기증자가 나타났어요. 정말 기쁘고 감사했지요.”
2018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 오랜 산악 등반으로 다져온 김여옥 님의 건강은 시시각각 무너져내렸습니다. “당시에도 피가 좋지 않다고 했는데 뇌종양 치료가 급하니 신경을 못 썼어요. 수술 1년 후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뇌는 깨끗한데 혈액 쪽에 이상이 있으니 대학병원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울산대학교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어요.”
※골수이형성증후군: 골수 내 조혈모세포의 유전적 이상으로 정상적인 혈액세포를 만들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세포가 골수 내에서 축적되는 질환
서울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김여옥 님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병이 진행돼 있었습니다. 다행히 5남매 중 첫째인 오빠와 유전자가 일치해 이식을 받았고 숙주 반응이라는 부작용도 전혀 없었지요. 다시 등산을 다니기 시작할 정도로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한 그는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좌절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희망의 끈
하지만 2년 후 병이 재발했고,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막막해서 펑펑 울었어요. 오빠의 조혈모세포를 다시 이식받을 수는 없다고 했죠.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으며 오빠의 림프구를 두 번 이식받았지만 암세포는 죽지 않았고, 그때부터는 무슨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어요.”
암담했습니다. 남은 방법은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뿐이었습니다. 기적처럼 공여자가 나타났지만 이식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항암 중 세균이 다리로 들어와 퉁퉁 붓고 열이 하루에도 몇 번씩 펄펄 끓다 식었습니다. 통증으로 걸을 수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기 위해 항암치료로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키는 ‘완전 관해’ 상태에 들어야 안전한 이식이 가능한데 약이 듣질 않으니 결국 관해에 들지 못하고 이식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존율 30%라고 했어요. 병원에서 주변 정리를 하고 오라고 했지요. 이대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과 굳은 믿음으로 마지막 준비 없이 이식을 받았어요.”
큰 빚을 갚는 마음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그는 숙주 반응으로 온몸이 가렵지만, 심각한 부작용 없이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KMDP를 방문한 김여옥 님은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두 조카, 임성준 님과 김윤성 님의 이름으로 4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본인은 감사한 마음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요.
“사회에 큰 빚을 졌어요. 많은 분들이 헌혈을 하고, 공여자 님이 희생을 해주신 덕분에 삶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빚을 열심히 갚으면서 바른 삶을 살겠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젊어도 견디기 힘든 이식과 항암치료를 수없이 받은 이답지 않게 김여옥 님의 자세는 내내 곧았고,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운 좋게 뇌종양을 발견했고” “때마침 혈액검사를 받았고” “치료방법이 있으니 절망적이지 않았고” “죽지 않으리란 예감이 있었다”는 그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말들에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뜻밖의 방문으로 좋은 에너지를 가득 주고 간 김여옥 님의 남은 생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변에 온기를 더하는 촛불처럼 고고하고 아름답게 빛나길 바랍니다.
글, 사진= 지화정 담당 (KMDP 기증증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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