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행복한 여고생 | 작성일 | 2021-07-26 15:06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2,7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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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전 너무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3월에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 편지 한번 쓰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학교생활에 치이다 보니까 미루게 되었네요 ㅠㅠ
엊그제 기말고사도 끝나고 새삼스레 행복을 느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참 많이 행복해졌구나 싶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났어요.
그러다가 고마운 사람들도 생각하게 됐는데 당연히 기증자 분도 떠올라서
'아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내가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걸 전해드려야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저는 3월에 한 살 어린 친구들과 생활에 적응한다고 조금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반 친구들이 너무 착해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애들이 언니~ 언니~불러서 이름이 언니가 된 것 같긴 해요.
복학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정말 다 기증자분 덕분이네요.
옛날에 수혈 일주일마다 받던 시절도 생각나고 계단 올라가기 엄청 힘들어했던 것도 생각나는데
이제 제 몸에서 피가 잘 만들어지니까 계단도 힘들지 않고 체육대회에서 피구로 맹활약했어요 ^^
아프기 전부터 운동하는 걸 좋아했었던 터라 아플 때 운동 못하는 게 좀 서러웠었는데
이제 거의 뭐 정상인처럼 잘 살고 있어요.
반 애들이 언니 아팠던 거 거짓말 아니냐고 그래요ㅎㅎ
다시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하고 기뻐요.
사실 학교생활하면서 1년 새에 변한 게 많아서 적응이 조금 안될 때도 있었지만
복학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다시 학교에서 많은 걸 배우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잠깐 비었던 머리가 지식으로 채워져가는 느낌이에요~!
2년 만에 급식을 먹는 것도 너무 좋고, 다 같이 웃으면서 수업 듣는 것도,
학교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조금 바쁜 상황 속에서 시험공부하는 것도,
학교 갔다 와서 엄마에게 학교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면서 같이 즐거워하는 소소한 일상이 다 너무 행복해요ㅎㅎ
원하는 것만큼 성적은 안 나왔지만 성적이 대수입니까~!
이렇게 일반적인 학교생활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저만할 수 있는 것 일 거예요.
친구들은 고3 생활한다고 좀 힘들어 보이지만
저는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고 크게 보려고요!!
제가 잘 살고 있다 이걸 전해드리려고 쓰는 편지였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여고생치고 악필이라 읽으시기 좀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제 행복한 일상은 다 기증자분 덕분이라는 건 꼭 아셨으면 해요.
저번에 답장에 보니까 딸이 있으셨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딸도 그렇고 기증자분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어요.
딸은 꼭 주변에서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랄 거예요!!
답장을 바라고 쓰는 게 아니니까 답장 안 해주셔도 돼요.
저도 앞으로 더 잘 살 거니까 기증자 분도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학교생활 꼭 잘 마치고 대학가서도 행복하게 살도록 할게요!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행복한 삶을 선물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여고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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