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A형에서 O형이 된 꼬마아가씨 | 작성일 | 2019-02-01 13:44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5,6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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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여자님!
더 일찍 감사의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이렇게 연락을 드리네요.
지난 5월은 딸아이가 조혈모세포를 이식한지
100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제 사랑스러운 딸은 100일 동안의
정말 힘든 시간을 4살답지 않게
씩씩하게 잘 이겨내 주었고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감사한 순간입니다.
저희 사랑스러운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뼈와 관련된 세포를 만드는 유전자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희귀난치병이라고 했고,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은 없고
현재 상태를 그냥 지켜만 보는 거였습니다.
뼈가 점점 단단해져서 신경들을 눌러
청신경이나 시신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조혈모세포(골수)가 제 기능을 못해
빈혈이나 골수염 등이 생길 수 있고
뼈가 쉽게 부러지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너무도 밝고 긍정적이라
이제 갓 만 4세를 넘긴 꼬마아가씨는 나중에
커서 가수랑 선생님이 될 거라고 하네요.
아쉽게도 저희 딸은 조금씩 시신경이 눌려져서
시력을 점점 잃었고 지금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알아가고 있답니다.
작년 11월경 급작스럽게 골수기능까지
떨어지면서 교수님은 하루 빨리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도 나오지 않더군요.
'유전자가 일치하는 분을 찾을 수 있을까?,
일치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도 과연 그 분들이
기증을 해주실 수 있을까?'
하루하루가 너무 길고 긴 시간 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낭보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90년생의 청년 분께서
기증을 해주시겠다고 하더군요.
너무 기뻐서 손이 떨려
아이 아빠한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버튼도 제대로 못 누를 정도였어요.
너무도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공여자님께도 너무도 감사하고
공여자님의 부모님께도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건강하게 키워주셔서 건강한 골수를
딸아이에게 줄 수 있게 해주셨으니 감사하고
또 공여를 결정하는데 있어 부모님께서도 허락
을 해 주셨을 거란 생각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사실 병원에는 아직도 유전자가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유전자가 일치하는 분들이 계셔도
여러 가지 이유로 공여가 이루어지지 못해
아이와 아이부모님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더 슬픈 건 계속 공여를 기다리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하늘나라에 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우리 딸은 정말 행운아인거고
공여자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공여자분이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하고
의료기술이 그래도 이정도 발달된 나라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병원에서 알려준 공여자님의 정보는
90년생 O형이라는 것이 전부에요,
아참 저희 딸은 이제 완벽히 공여자님의
조혈모세포(골수)로 교체되어
A형에서 O형이 되었어요,
원래 꼬마아가씨는 O형 같은 A형이었는데
이제 진짜 O형이 되었네요.
아이 아빠랑 공여자분이 어떤 분일까
상상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아직 학생분 일까? 사회초년생일까?
결혼은 하셨을까?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일까?
공여를 하고나서 많이 힘드시진 않았을까?
걱정도 많이 됐어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딸아이는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하면서 다시 태어나고 있어요.
이식을 하기 위해서 투여했던
항암제로 인해 머리가 다 빠졌었는데
이제 까실까실 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했고
이식하면서 빠졌던 손발톱이 다 채워졌고
까맣게 된 피부도 조금씩 하얗게 되어가고
그동안 단단해진 뼈로 인해
키도 잘 안 자랐는데 퇴원하고 벌써 2센티나 키가 크고 단단해진 머리뼈로 인해
커졌던 머리둘레도 2센티나 줄어들었어요.
하루하루가 더 좋아질거라 생각하니
너무너무 행복하기만 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네요.
공여자님은 한 생명을 살려준
소중한 은인이세요.
공여자님과 공여자님의 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고 기도할게요.
또 좋은 소식으로 꼭 연락드릴게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꼭 말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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