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당신의 비명을 들어줄 사람이 있나요?” - 김명국(배우) 홍보대사 - | 작성일 | 2025-10-24 09:49 |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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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별이 흔들릴 때도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면, 간절하게 나를 붙잡아 준다면 견딜 수 있어. 우리는 이미 별을 가지고 있으니까.”
KMDP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김명국 배우를 성남아트센터 연극연습실에서 만났습니다. 10월 24일부터 3일간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상연하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의 연습이 한창인 현장, 기증희망캠페인 현장을 누비던 인자하고 편안한 아버지 얼굴은 오간 데 없이 배우의 얼굴을 한 김명국 님이 호탕하게 맞이해줍니다. 팔랑이는 질문들에 세월의 추를 달고 나온 묵직한 답변들로 인터뷰 내내 가슴을 울린 김명국 배우. 그가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끝없이 파고들었던 순간들, 가혹했던 자신의 아픔을 타인을 위한 나눔으로 승화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바람 불고 별이 흔들릴 때
“‘바람’은 내면의 욕심이자 외부에서 온 풍파예요. ‘별’은 각각의 존재를 의미하죠. 이 연극은 나와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치고, 뛰어내리고, 부서지는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면 살아도 죽은 거라고 말해요. 제 역할인 ‘미지의 노인’은 이 모습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인간 근원의 질문을 던지는 존재이자 각자가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이상’ 같은 것이죠.”
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김명국 배우 본인이 25년간 열연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고도’와 ‘미지의 노인’은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지만 그 실체를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같아요.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그러나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는다’는 <고도를 기다리며> 속 절규 역시 이 연극과 결을 같이 하죠.”
문득 주변을 떠올립니다. 사방에서 귀가 아플 정도로 많은 말들이 들려오지만 아픔도 슬픔도 괴로움도 고통도 한낱 얘깃거리로 전락하고, 웃음거리로 소모해버리는 사회. 진심으로 들어주는 이가 없어 말하지 못하고 안에서 곯고 썩히다 서서히 무너지는 사람들, 아니 우리를 나를 돌아봅니다. 김명국 배우는 “이런 사실을 빨리 깨닫고 귀를 열고 내 얘기를, 다른 사람들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픔을 거름 삼아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부부
부부는 2003년부터 매월 한 번씩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공원으로 향합니다. 띠를 두르고 혈액암 환자들을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을 해달라고 외치고 호소합니다. 25년 전, 햄버거 CF로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난 김명국 배우는 2개월만에 아들의 백혈병 진단을 받아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예후가 좋지 않아 조혈모세포 이식치료를 고려했지만,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별 수 없이 60%만 일치하는 제대혈을 이식했지만 병은 재발했습니다. 2003년, 그때부터 김명국·박귀자 부부는 거리로 나섰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서약을 해달라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비명과 같은 호소였겠지요.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어요. 저도 그전까지 백혈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으니까요. 조혈모세포는 너무 생소했고, 골수이식에 대한 오해도 컸죠. 그렇게 소리쳐도 사람들 귀에 닿지 않았어요.”
결국 공여자를 찾지 못한 아들은 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과 같은 어린 생명들이 치료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스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렇게 김명국 배우는 KMDP와 22년의 세월을 함께했습니다.
“하루는 아이 하나가 부모 손을 잡고 찾아왔어요. 마로니에공원 앞에 있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아이였어요. 애써주신 덕분에 기증자를 찾아 무사히 이식치료를 받고 건강해졌다고 감사인사를 하는데, 이 활동을 하길 정말 잘했구나 싶었죠.”
어쩌면 그렇게 외친 순간들이 그 귀한 생명뿐 아니라 김명국 부부 또한 구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쉽게 꺼내기 힘들었을 그 무거운 이야기가 부부의 가슴에서 곪고 썩다가 터져버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젊기에 할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일
그에게 ‘생명 나눔’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내게 남은 것을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의미의 나눔이지요. 내게 소중한 일부를 나눠 한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이니까요.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뜻깊은 경험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평생을 살면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작은 결심으로 한 생명을 살리는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위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듣기 싫은 비명에, 아우성에, 부서진 마음들이 내는 간절한 외침에 조금만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하는 김명국 배우. “달음박질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듣기 위해 멈춘 그 순간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를 구원할 겁니다.”
그에게 ‘고도’이자 ‘미지의 노인’은 무엇일까요? “제대로 된 연기를 했던 연기자로 기억되고, 쓸 수 있을 때 쓰면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미 이룬 것을 ‘바람’이라고 말하는 김명국 배우는 비 온 뒤 굳은 땅처럼 단단해 보입니다. 무엇도 그를 쉽사리 흔들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단단한 내면을 가진, 미지의 노인이 된 그는 어떤 질문으로, 어떤 답으로 흔들리는 우리의 마음을 잡고 위로해줄까요?
◆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 ◆
- 일시: 2025년 10월 24일(금)~26(일)
- 장소: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 출연: 김명국 배우 외
- 예매링크: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5013110
글·사진= 지화정 담당 (KMDP 기증증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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