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흔치 않은 이 기회가 당신께 찾아오면 놓치지 마시길 바라요. | 작성일 | 2022-07-21 17:44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2,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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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은 언제, 어떤 계기로 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로 수련 중인 백경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대학교 4학년 때였어요. 가을 축제 시즌이었는데요, '내가 이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축제로구나!'라는 감상에 젖어서 캠퍼스를 천천히 거닐고 있다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소개하는 부스와 마주했어요. 당시 의학전문대학원의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시기라 의학과 관련된 것들에 이끌렸습니다. 그래서 '오...! 예전에는 골수 기증이었는데, 이제는 헌혈하는 방법으로 환자를 살릴 수도 있다니!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하곤 혈액 샘플링 하시라고 제 팔을 내밀었던 기억이 나네요.
2. 조혈모세포 기증 연락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2013년 10월에 신청했었고, 첫 일치 연락은 2018년 가을에 연락을 받았으니 5년만에 연락 받았는데요, '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저랑 유전자형이 같은 사람이 있다고요?? 대박사건~!' 정말 깜짝 놀랐던 것만 기억나요.
3. 조혈모세포 기증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첫 기증 연락을 받았을 당시엔 졸업하고 인턴 생활 중이었기에 아주 잠깐이지만 실제로 혈액암 환자와 그 가족 분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지 엿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기증을 하기로 결심을 했고, 기증 1달 전 진행하는 다양한 검사도 받았어요.
그러나 얼마 뒤, 환자분이 기증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조혈모세포 기증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구나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지요. 그 후로 1년이 지났고, 저는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가 되어, 혈액종양파트 주치의를 하고 나서는, 비혈연간의 조혈모세포 기증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물론 조혈모세포 기증이 혈액암만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식이라는게 자신의 것을 모두 억제시킨 후 타인의 것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독한 항암제를 투약하고, 이식받은 후에도 면역력이 회복 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야 해요.
그런데 2019년 겨울, 다시 한 번 저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분이 계시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그 분이 힘들게 버텨온 시간을 마무리할 수도 있는 일인데 거절하고 싶지 않았어요.
4. 조혈모세포 기증을 결심했을 때, 주변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2018년에도, 2019년에도 부모님과 저의 최측근들은 처음엔 말렸지만, 이내 제 결정을 존중해주셨어요.
5.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과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증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기증 전 시간을 내서 검사를 받고, 꼬박꼬박 촉진제 주사를 맞고, 그라신 부작용으로 가벼운 요통부터 시작해서 다음 날엔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두통, 보행 시 골반통, 미열까지 그 전엔 없었던 몸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과 (그런데 아파서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어요!), 기증 전 후 2박 3일 입원 및 조혈모세포 채집을 위한 중심정맥관을 삽입한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중심정맥관의 경우는, 모든 기증자가 삽입하는 것은 아니고 말초혈관으로 채집이 충분히 안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기도 하는데 제가 그런 케이스였어요. 많이 불안했었지만 다행이 통증 이외에는 탈이 없었고, 그날 저녁에 조혈모세포 채집이 잘 되었다고 연락을 받은 후에 바로 뽑았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도 분명히 있지만 사실, 좋았던 점이 더 많아요.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참 잘한 일'을 제가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점차 제 자신이 기특하더라고요. 평소 주치의로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것은 차원이 달랐어요. 그리고 짧은 입원기간동안 제가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 통증, 불편함이 제가 앞으로 환자를 대할 때도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6. 조혈모세포 기증 후, 이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엔 아무렇지 않다가, 기증 날이 다가올수록 막연히 두렵고, 제가 원래 겁쟁이라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벌벌 떨었는데 다 끝나고 나니 생각보다 쉬워서 '뭘 이렇게 걱정했나?' 싶었어요!
7. 조혈모세포 이식 수혜자분께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혜자님, 힘내라는 말, 그간 수도 없이 들어서 지겨우시겠지만, 다시 찾아올 일상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리고 제가 나눠드린 군인들 이용하셔서 나쁜 바이러스, 세균들 다 이겨내버리세요!
8. 많은 분들이 아직 막연한 두려움으로 기증을 망설이고 계세요.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걱정이 되는게 당연해요! 그래서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러면 아무도 안 하더라고요! 작은 용기를 내가 짧은 불편한 시간만 감수한다면 후에는 아무리 현재가 힘들어도 그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잠깐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마음 한 구석에는 한번도 뵌 적 없는 수혜자님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라는 따뜻함이 자리할 수 있어요.
흔치 않은 이 기회가 당신께 찾아오면 놓치지 마시길 바라요!
* 위의 인터뷰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정기소식지 『새 생명의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 2020-81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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