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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봄을 선물한 사람>-기증자 익명 님 작성일 2019-02-08 13:34
글쓴이 KMDP 조회수 5,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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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살고 계시는 부부님께

 
안녕하세요? 지난 연말 두 분의 편지를 받아보고
제가 한 작은 행동이 두 분께는 너무나 값지고
행복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네요.


바로 답장을 보내드렸어야 하는데
해가 넘어가서도 며칠을 더 보내다가 이제야 펜을 듭니다.
저는 재작년 말 기증을 한 이후에 아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골수기증 신청을 한 것은 20년 전이었던 것이라
제가 그런 신청을 하였다는 것도 잊은 채 생활하고 있었고
재작년에 협회에서 연락이 왔을 때야
비로소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년 만에 저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분께서
저의 골수가 필요하다는 연락에 사실 전 저희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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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친께서도 늦은 나이에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명에 나중에는 백혈병으로까지
전환되어 10년 동안의 투병생활을 하셨고,


연세가 많으신지라 골수이식은 불가하여
항암제 투여를 어느 정도 관해가 되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셨다가 2016년에 재발하여 새로운
신약 임상시험에 참가하시게 되었고,


투병 생활을 장기간 하시던 차에 협회에서 온 연락에
비록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아니어도 저로 인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망설임 없이 기증하기로 수락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저희 부친은 작년 초여름에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환자분께서는 성공적인
이식과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계신다는 소식에
정말 잘한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병 사실을 알게 된
신혼부부로서는 시혼의 단꿈보다는 슬픔과 괴로움이
더욱 컸을 거라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이식 1년 차 검사 결과는 잘 나왔으리라 기대합니다.


제게 봄을 선물한 사람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이지 그 표현이 마음에 쏙 와닿았습니다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이 아프지도 말고
복한 사계절을 맘껏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인해 창밖의 소나무엔
눈이 소복이 쌓여있어 매우 운치 있는 날입니다.
두 분이 서로 의지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만큼
앞으로는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랍니다. 행복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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