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친구>-기증자 익명 님 | 작성일 | 2019-02-19 16:16 |
글쓴이 | KMDP | 조회수 | 5,5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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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씩씩한 나의 친구님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안 그래도 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저번에 편지를 받고 바로 답장을
보내려고 했지만,
이 하나도 혹시나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드신 와중에 부담이 될까 하여
늘 펜만 손에 쥐다가 내려놓았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믿으며
어디선가 잘 이겨내고 있으리라
확신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이 들려서
저는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제 소식을 먼저 드리자면 저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조혈모에도
문제없이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1년 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기분 좋은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증 이후로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기증 당시 옆에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었던
남자친구와 좋은 만남 끝에
결혼이란 걸 하게 되었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친구님의 딸처럼
예쁜 아가가 찾아와주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사실, 저번에 편지를 받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라는 것만 들었지
한 사람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는 건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열 달 고생하시며 낳으신 어여쁜
아가를 두고 얼마나 많은 두려움의
나날들이었을까...
병 진단을 받으시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과정으로 치료받았는지,
어떤 역경을 이겨내왔는지...
떨리는 손으로 꾹꾹 팬을 눌러써주신 편지를 읽으며
가슴이 아파 펑펑 울었지만
제가 감히 그 심정을 안다고는 할 수 없었지요
시간이 지나 저도 결혼을 하고
가정이라는 게 생기니
이제야 아주 조금 친구님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저에게 일어난
며칠간의 일련의 일들이
한 분의 삶과 가정을 바꾸었다 생각하니
제가 그 선택을 했음에
나날이 감사해집니다.
저번에 답장을 못하여 여기 덧붙입니다.
제가 맞은 촉진제는 간호사님들이 아프지 않게 잘 놔주셔서
멍도 들지 않고 통증도 많이 없었답니다.
조혈모세포를 뽑으며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지만
의료진들의 즉각적인 조치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요
퇴원도 예정대로 다음날 잘했습니다.
이후로 세포 생착이 잘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 무척 기뻤답니다.
편지를 보니 성당에 나가신다고 쓰였더라고요
저 정말 날라리? 신자라 부끄럽지만 저를 통해서
성당에 나가신다고 하니 저도 더욱더 신앙생활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면서요
다만 친구님은 아직 몸 약하시니 늘 조심하면서 다니시길 바라요
조급해 하지 않아도 주님께서는 늘 곁에 있어주시고 기도해 주신답니다.
저도 친구님을 위해 늘 응원하고 기도할게요 : )
친구님 씩씩하게 그 과정을 견디신 것, 정말 대단하시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게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픔이었던 나날들 다 잊어버리시고
늘 행복하게요 가정의 평안을 빕니다.
ps1. 친구님의 곱슬머리 참 예쁘실 것 같아요 : )
사진으로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상상해봤는데
진짜 귀여우시고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예쁜 곱슬머리 많이 뽐내시길 바라요 ㅎㅎ
ps2. 저도 좋은 친구님이 생겨 너무 든든하고 좋답니다!
"당신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는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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