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P의 생명과 나눔이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눔
김민지 과학수사관의 나눔은 ‘운 좋은 사람이 가진 책임’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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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장감식을 하는 과학수사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원에서 과학수사 석사 과정도 밟고 있는 김민지입니다.
Q.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신청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조창인 작가의 소설 『가시고기』를 통해,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주인공이 생면부지의 타인이 기증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고 건강을 찾는 내용을 인상 깊게 접했습니다. 혈액형만 맞으면 가능한 수혈과 달리 조혈모세포 이식은 매우 낮은 확률로 HLA가 일치해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성인이 되면 꼭 등록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등록 가능한 나이인 18세가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당시 한동안 헌혈을 하지 못하는 시기였어요. 2008년 여름, 스무살이 되던 해에 헌혈과 기증희망등록을 같이 했습니다.
Q. 번거로운 일일 수 있는 기증에 흔쾌히 동의해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건강도, 환자분의 투병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닌 운의 차이잖아요. 운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이에게 이를 나눌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증 과정의 번거로움은 환자가 얻을 새 삶에 비하면 아주 작다고 느꼈어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으로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직업적 사명감으로도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Q. 기증한다는 얘기를 들은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혹시나 있을 위험에 대한 우려도 많았지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힘들겠지만 좋은 일 한다"였습니다. 고마운 응원이었지만 사실 제가 가장 바랐던 반응은 "그런 일이 있다니 나도 하고 싶다"였는데 쉽진 않더라고요.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제 기증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남편이 얼마 전 헌혈하면서 기증희망등록을 하는 걸 보고 뿌듯했어요.

김민지 기증자의 조혈모세포 채취 모습
Q. 기증 후,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셨나요?
기증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 기증을 하고 환자분이 회복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고, 한 사람이 살면서 할 수 있는 정말 가치 있는 나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기증 과정에서 주변의 이해와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다양한 나눔의 경험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꾸준히 나누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16세부터 지금까지 68번의 헌혈을 하고, 장기기증과 신체 조직 기증을 신청했어요. 지난 여름엔 3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만드는 곳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매달 여러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이렇게 나열하면 많은 일을 무리해서 하는 것 같지만 헌혈할 때 필요한 시간은 30분 남짓이고, 장기와 조직 기증도 저에게 필요 없어졌을 때 나누는 거잖아요. 머리카락 역시 어차피 자르면 버려질 것이고요. 기부 역시 제 수입의 일부를 나눌 뿐입니다.
거창한 신념보다 그저 ‘내 것’과 ‘네 것’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바람을 실현하는 과정이에요. 저 또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나눔을 지금까지 많이 받았고 앞으로도 많이 받으며 살아갈 테니까요.
Q. 나누는 삶을 사는 데 영향을 주신 분이 있으실까요?
경찰이 되기 전, 수도자를 꿈꾸며 20대에 1년 7개월간 수녀원에 살았어요. 많은 수녀님들이 세상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에서, 나누며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알았죠. 또 시민단체에서 봉사하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는 사람들에게서도, 다양한 책과 영화에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Q. 기증자 님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이신가요?
나눔은 삶에서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눔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이 되는 사회를 바랍니다. 누군가 필요할 때 주고, 내가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환자가 자신과 맞는 조혈모세포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Q. 수혜자 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이따금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병과 이식 부작용이 수혜자분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그저 이 모든 게 언젠간 지나가기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날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생에서 가장 아팠던 지금의 병도 이겨내셨으니 앞으로 걸어가실 날들은 더 강해진 몸으로 기쁘게 살아내셨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작게나마 일조하며 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