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DP의 생명과 나눔이 만난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눔
같은 마음으로 이어진 두 사람(채종규·채종빈 기증자)의 이야기
- 2026-10-02
- 조회수:28

평생에 한 번 받기도 힘든 연락이 1년 사이 사촌지간인 두 사람에게 차례로 닿았습니다. 2024년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채종빈 기증자와, 그 뒤를 이어 두 차례 기증을 마친 채종규 기증자. 같은 마음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우연한 시작
채종빈 기증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어요. 군 복무 시절, 헌혈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기증희망등록을 한 후 KMDP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등록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채종규 기증자 포항에 살고 있는 서른 살 직장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명나눔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헌혈도 하고 일찍이 장기기증 신청도 했어요. 헌혈을 하러 갔다가 신분증에 부착된 장기기증 스티커를 본 간호사의 권유로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고 그만큼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기다림 끝에 닿은 연락
채종빈 기증자 5년이 지났을 때 즈음, 일치 환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짧게 고민하고 바로 기증을 하겠다고 했죠.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 나도 도움 받을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채종규 기증자 블로그에 올린 후기를 보고 종빈이의 기증 사실을 알았어요. 또 그를 통해 일치 환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아도, 건강 상태 등 여러 이유로 기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았죠. 기회가 왔을 때 꼭 기증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때부터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왔는데, 바로 1년 후 연락을 받은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조혈모세포 기증 당시 채종규 기증자
병실에서 만난 두 사람
채종규 기증자 올초 서울의 병원에서 첫 기증을 했을 때 종빈이가 찾아왔어요. 한 기관에서 기증 연락을 받은 사실에 신기해하면서 서로의 기증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채종빈 기증자 저는 성분헌혈 방식으로 양팔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했는데, 형은 혈관이 약해서 쇄골의 중심정맥관에서 채취를 했더라고요.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제가 했던 방식은 어땠는지도 얘기하고 그랬죠.
다시 걸려온 전화
기증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채종규 기증자는 다시 KMDP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식을 받은 수혜자가 재발했다며, 2차 이식 방법 중 하나로 림프구 이식을 해줄 수 있는지 묻는 연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채종규 기증자는 고민하지 않고 재기증을 결정했습니다.
*림프구 이식: 보존적인 치료방법. 재발 시 기존 기증자의 림프구를 이식하면 이식 받은 조혈모세포를 외부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새로 생성된 암세포를 공격함.
채종규 기증자 내 조혈모세포에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닐까,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마음으로 재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채종빈 기증자 두 번째 기증인데, 이번에도 무사히 잘 마치길 바랐죠.
채종규 기증자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 분의 고생에 비하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는 일이었어요. 오히려 저에게 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당시 채종빈 기증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내 팬이 생겼습니다”
채종빈 기증자 기증 전, KMDP 홈페이지와 SNS를 찾아 읽고 다른 기증자들의 후기도 꼼꼼하게 살폈어요. 수혜자 분들의 편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한 소아혈액암 환자 어머님이 쓴 조혈모세포 이식이 아이에게 유일한 치료법이었다는 것, 아이가 크면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착한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편지에 기증 동의하길 잘했다 생각했어요. 또 다른 편지들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는 문구가 많았는데, 내가 힘들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줄 거라는 사실에 든든하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집니다.
두 사람에게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채종빈 기증자 제 인생에 가장 큰 업적이죠. 기증 자체에 두려움을 가진 분들도 많은데, 경험해보니 헌혈도 기증도 나눈 후 며칠 내 금방 회복이 되더라고요. 내가 손해 보는 것도 없는데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일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채종규 기증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나눔인 동시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귀한 나눔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기증이 마지막일 거라는 게 아쉬울 만큼 기증에 할애했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고, 기증하면서 겪었던 불편함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인생에 가장 의미 있고 귀한 경험이었어요. 꼭 한 번쯤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작은 서약이 누군가의 내일이 됩니다. 두 사람에게 닿았던 그 연락이 다음에는 당신에게 닿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