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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2등] 백종성 기증자 "기증하고 온 다음 달, 기다리던 아기가 생겼다"
- 2026-09-15
- 조회수:1
'제25회 조혈모세포 기증 감사의 날' 전시 후기 공모전
2등 당선자, 백종성 기증자의 후기글을 소개합니다.
기증을 했는데,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다!
HSC HLA type 등록은 신입생 시절이던 2009년, 학교 축제때 기회가 되어 한마음운동본부 부스에서 했던 것 같다.
예과도 못 마치고 군대 가고, 갔다 와서도 헤매고, 서른 넘어 의사 되었을 땐 neurovascular surgeon이 뭔지도 모르고 아무튼 멋있고 돈도 좀 버는 거 같고 가오도 있어 보여서 자신있게 NS 가겠다고 손부터 들고 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사람들 때문에 또 한번의 인생 회피를 했을 때, '나는 무엇 하나 끝낼 수 없는 사람인가'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뭐라도 해야 하니 관두고 서울 올라와서 열심히 머리 심던 차에 마침 와이프를 소개 받아서 결혼을 하게 됐고, 그와 동시에 주요한 선생이랑 과장님의 꾀임에 넘어가 지금은 신경과 전공의.
나의 고난은 이제 그만인가 싶었는데 이번엔 원하지 않던 사직전공의행. 강남역에서 머리 심기 착취도 당해보고, 팔자에는 없을 거라 생각한 피부미용을 하던 2025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한국조혈모세포세포협회에서 연락이 와서 영광스럽게도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고 왔다.
몸담고 있던 병원의 노성진 대표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3일 휴가 받고 여의도성모병원 1인실에 와이프랑 손잡고 가서 잘 쉬다 왔다. 살쪄서 그런가 peri로 안하고 subclavian도 찔려보고 (인터벤션방 가서 영상샘이 해주셔서 하나도 안 아팠음) 에어컨 빵빵 틀고 힐링하고(와이프 밥도 줌. 병원 밥이 입에 맞으시나 배식차 오면 마중 나가심) 코디샘이 입원 수속부터 퇴원까지 다 챙겨주셔서 진짜 둘이 휴가 갔다온 느낌이였다.
운명 미신 이런 거 안 믿는데, 안 생기던 아기가 기증하고 온 다음 달 바로 생겼다. 사람 살리는 바이탈 의사가 그냥 할일 한 거긴 한데, 좋은 일 하면 돌아온다는게 있긴 한가 보다. 암튼 그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 벌써 50일을 넘기고 아빠의 출산휴가도 저물어가고 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기증자 예우는 이렇게 대우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해주신다. 작년부터 전시회,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생활 기회가 왔는데 일하느라 못 가다가 이번 보테로 전에 두장이나 초대권을 보내주셔서 답답해하는 와이프와 신나게 다녀왔다.
보테로는 어린시절 투우사 양성학교에 들어가 투우사가 될 몸이었으나 화가로 전향, 구순이 넘는 나이에 소천하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리다 갔다고 한다. 투우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투우는 작품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남들 6년이면 끝나는 학부 10년 넘게 걸리고, 삼십대 중반에 후배들도 교수 되는 마당에 아직도 관종 전공의 하고 있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까.
온갖 쓴맛 똥맛 다 찍어 먹어 봤는데 그 어떤 순간도 나란 사람을 만들어가는데 헛된 것은 없었고, 그렇기에 매순간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조져야겠다. 2026년 대한민국에서 14시간 야간 당직 서고 7만원 받긴 하는데, 일단 stroke 환자 한 명 살아나가고 걸어나가는 거 즐거우니 여기서 끝장 한번 봐야지.
출처: 인스타그램 @cyrusba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