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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때부터 헌혈’…헌혈왕 소방관, 조혈모세포도 기증했다 (중앙일보, 2026. 05. 27)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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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헌혈하는 소방관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시흥소방서 군서119안전센터 소속 유승훈(29) 소방교는 지난달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유 소방교는 군서119안전센터에서 고가·굴절 사다리차 운전과 화재진압·인명구조 업무를 하는 소방관이다. 2024년 덴마크 올보르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소방관 경기대회에서 소방차 운전 종목 세계 5위를 하기도 했다.
그가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한 건 소방관에 임용(2018년)된 이듬해인 2019년 7월이다. 유 소방교는 고교 2학년 때부터 혈액의 모든 성분인 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을 한꺼번에 채혈하는 전혈 헌혈을 68차례나 했다. 전혈 헌혈은 적혈구가 충분히 회복·보충되는데 시간(최소 8주)이 걸리는 만큼 1년에 최대 5회 가능하다. 여느 때처럼 헌혈하던 중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 홍보 포스터를 보게 됐다고 한다.
유 소방교는 “그날따라 유독 홍보 포스터에 눈이 갔다”며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해 묻다가 기증자 수가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도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 희망 등록 서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 속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구를 공급하는 특수 세포다. 백혈병과 혈액암 등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는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조직적 합성 항원(HLA)이 일치해야 해 실제 기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국내 기증 등록자도 42만명 정도로 적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수월하게 기증자를 찾으려면 기증 등록자가 63만 명은 돼야 한다고 한다.

경기 시흥소방서 유승훈 소방교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 입원했을 당시 모습. 본인 제공
유 소방교는 지난 1월 말 조혈모세포 은행에서“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7년만에 받았다. 매주 3차례 헬스장을 찾아 운동하는 등 건강을 자신하던 그였지만 기증을 앞두고 특별 건강 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술을 아예 끊고 운동 시간을 늘렸다. 잠도 푹 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유 소방교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좋은 혈액을 제공하고 싶어서 약속도 줄여가며 건강 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비번 날 이식 기관에서 검사 등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보니 초반엔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도 ‘위험한 것 아니냐’고 걱정을 했는데 ‘채취 과정도 과거보다 힘들지 않고 부작용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더니 다들 격려해줬다”며 “이식받은 환자분도 거부반응이 없다고 들었다” 말했다.
유 소방교는 화재 진압을 주로 담당하는 소방관이지만 2022년엔 심정지 환자를 응급처치로 살린 사람에게 수여하는 ‘하트세이버’로 표창도 받았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심정지가 온 시민을 동료들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이송시켜 살렸다고 한다. 유 소방교는 “혈액질환 환자와 일치하지 않는 기증자가 많지 않은데 내가 도움됐다니 다행”이라며 “주변에도 기증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1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