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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치료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 헌혈하는 것처럼 그리 힘들지 않아”

입력
2023.06.26 18:10
수정
2023.06.26 21:4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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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방수미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방수미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조혈모세포 기증은 이전에 골수에서 채취하지 않고 말초 혈액에서 뽑는 방식이어서 기증자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방수미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조혈모세포 기증은 이전에 골수에서 채취하지 않고 말초 혈액에서 뽑는 방식이어서 기증자에게 별다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혈액암은 혈액ㆍ골수ㆍ림프 계통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혈액이나 림프는 온몸에 퍼져 있기에 특정한 종양 부위가 없다. 따라서 혈액암은 다른 암과 달리 수술하지 않고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조혈모세포는 혈연관계에 있어도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고, 비혈연 관계인 사람과도 일치 가능성은 2만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힘들게 조혈모세포 유전자형이 일치(HLA 유전 형질 10가지 중 9가지 이상)하는 사람을 찾아도 조혈모세포 이식 과정이 고통스럽고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여전히 기증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혈액암 치료 전문가’ 방수미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났다. 방 교수는 “혈액암 치료를 위한 조혈모세포 기증은 말초 혈액에서 뽑는 방식이기에 혈액투석이나 헌혈처럼 그리 힘들지 않은 과정”이라며 “하지만 이젠 시행되지 않는 고통스러운 골수 이식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 조혈모세포 기증에 적극 나서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혈액암은 왜 발생하나.

“혈액암은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백혈병ㆍ림프종ㆍ골수종 등이 있다. 2020년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혈액암은 암의 5% 정도를 차지하며,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혈액암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엽제나 방사선 노출 등은 확실한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혈액암 증상은 골수 기능 저하에 따른 빈혈과 잦은 감염이다. 이 밖에 고형 종양처럼 종물로 발현하는 일부 림프종을 제외하면 매우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난다. 백혈병과 림프종에서는 발열ㆍ오한ㆍ체중 감소가 나타나며, 골수종은 뼈 여러 곳에서 골 용해성 병변이 생긴다. 환자의 80% 정도에서 뼈 통증이나 골절을 겪는다.

혈액암은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이나 백혈구, 혈소판 등 혈구세포를 검사하고, 이후 조직 검사나 골수 검사 등 정밀 검사로 확진한다.”

-혈액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하는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식욕 부진ㆍ메스꺼움ㆍ구토 등이다. 면역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럴 때에는 익히지 않은 육류나 생선류 등 미생물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쉽게 오염될 수 있는 식품을 삼가고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혈액암 재발을 막고 완치 목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한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로, 공여자(기증자)에게서 추출한 조혈모세포를 환자 정맥에 주입하고 환자 골수에 자리 잡을 때까지 감염 등 부작용에 유의하며 보존 치료를 시행한다.”

-조혈모세포 공여는 어떻게 이뤄지나.

“조혈모세포 이식은 HLA라고 불리는 유전 형질이 일치(10가지 중 9가지 이상 일치)해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피를 나눈 형제라도 9가지 이상 일치할 확률은 25%이다. 부모와 자녀가 일치할 확률은 거의 없다(부모와 자녀는 10가지 중 5가지 정도만 일치). 다만 일부 혈액암에서는 10가지 유전형질 중 5가지만 일치해도 이식술(반(半)일치 이식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혈연이 아닌 사람이 유전 형질이 9가지 이상 일치할 확률은 0.00005%로 2만 명당 1명꼴이다.

공여(기증) 희망자(18~40세만 해당)는 일단 혈액검사(3mL 채혈)로 10가지 HLA 유전 형질 가운데 6가지를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등록한다. 이후 6가지 HLA 일치 환자가 나타나면 추가로 혈액검사해 나머지 4가지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10가지 유전 형질 가운데 9가지 이상 일치할 때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다.

공여자는 조혈모세포 기증 3~4일 전 백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주사를 맞고 말초 혈액(末梢 血液ㆍ체내 기관에서 심장으로 환원되는 피)을 뽑아 조혈모세포를 분리 채취한다. 이 과정은 마취나 수술 없이 진행되며, 공여자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분리한 뒤 남은 혈액, 특히 적혈구는 공여자 체내로 다시 넣기에 빈혈 등 합병증이 거의 없다.”

-조혈모세포 유전 형질이 일치해도 잘 기증하지 않으려는데.

“이전에는 조혈모세포를 골수로 공여했기에 공여자는 마취 후 골반 속에 있는 골수를 바늘로 여러 번에 걸쳐 채취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고통스러웠다. 또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면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등 잘못 알려진 게 많았다.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지 알기 위해 추가 검사 등으로 1~2일, 조혈모세포 채취 2~3일 등 3~5일 정도 걸리기에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야 하고, 조혈모세포 기증 후에는 한 달 정도 운동이나 일상생활에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이젠 골반이 아닌 말초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기증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없다. 아울러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검사ㆍ채취에 따른 협조 공문 등을 발송하는 등 기증 대상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사전 검사와 채취 등으로 3~5일 정도 걸려 번거롭지만, 공여자는 조혈모세포 기증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공여에 동의한 대상자가 알지 못했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조기 발견해 약물 치료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아울러 조혈모세포 기증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혈액암 환자의 완치를 돕는 고귀한 일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면 좋겠다.”

-조혈모세포 기증 당일에 공여자가 포기하면 문제가 생긴다는데.

“이전에는 공여받기 전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미리 없애기에 이식 당일 정상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지 못하면 환자가 사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최근에는 공여자의 조혈모세포 채취 및 냉동 후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일정 비용이 발생하지만, 전과 같은 문제점은 예방할 수 있으며 조혈모세포는 얼려도 해동하면 99% 이상 보존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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