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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실천하며

입력 2023. 04. 03   16:32
업데이트 2023. 04. 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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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배 상병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작전항공단 정비중대
전현배 상병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작전항공단 정비중대


“조혈모세포 기증 일치자가 생겨 연락을 드립니다.” 

최근 군 복무 중인 내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연락이었다. 입대 전 회사 동료가 백혈병에 걸린 가족의 치료를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을 호소하는 글을 보고 기증자 등록을 한 적이 있었다. 비록 동료의 가족은 아니었지만, 신청한 지 1년 반 만에 일치자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즉답을 못 하고 전화를 끊었다.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몸이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점, 그리고 부대 일정과 조율해야 하는 점 등 여러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잠시 주저했다. 하지만 가슴이 설?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 환자들에게 건강한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완치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기증자와 수여자의 항원이 맞을 확률은 수만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기증자 등록 후 평생 맞는 수여자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바로 중대장님에게 찾아가 상황을 설명드렸다. 중대장님은 직접 관련 규정을 찾아보시면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어떤 문서가 필요한지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이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관련 공문을 받아 장기제공 승인신청서와 함께 부대에 제출했고, 지휘관님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기증 전 유전자 확인을 위한 채혈, 정밀신체검사, 3일간 촉진제 투여가 필요했다. 이는 뼈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하는 주사제인데,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나는 두통에 시달렸다.

이후 나는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다음 날 기증을 했다. 흔히들 골수에서 직접 채취하는 장면을 떠올리겠지만, 기술 발전으로 성분헌혈과 비슷하게 양쪽 팔에 주사를 꽂고 5시간을 기다리면 됐다. 고통도 후유증도 없었다. 당일 저녁 담당자로부터 조혈모세포가 무사히 수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군인으로서 직접 국민의 한 사람을 살렸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 이는 앞으로 남은 군 생활,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커다란 동력이 될 것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어둠을 헤매던 환자의 한 줄기 빛이 되며,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다. 다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고민한 후 신청해야 한다. 기증의사 전달 후 개인 사정으로 기증을 거부하면 한 줄기 빛을 봤던 수여자는 다시 어둠 속에서 헤매야 한다. 최악의 경우 기증받기 위해 면역 체계를 제거해놓은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어떤 것도 견줄 수 없다고 자부하며 여러분에게 기증을 권해본다. 끝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중대장님, 지휘관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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