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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로 보는 세상] 수천년 이어진 장기 이식...'이식용' 부족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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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로 보는 세상] 수천년 이어진 장기 이식...'이식용' 부족 해결해야

2023.01.03 15:12
20세기 중반에 들어와 면역학이 발전하면서 공여자와 수혜자의 면역학적 유사성이 이식술의 성패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세기 중반 면역학이 발전하면서 공여자와 수혜자의 면역학적 유사성이 이식 수술의 성패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이식술

 

장기 이식은 20세기 중반에야 가능해졌지만 성형수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이집트에서 볼 수 있다. 기원전 약 3000년 경 피라미드를 세운 건축가이자 의사로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는 임호텝이 큰 상처를 입은 코 재건법을 파피루스에 기록해 놓은 것이다. 또 기원전 16세기에 씌어진 에버스 파피루스에는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인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코 재건술이 널리 행해졌다. 기원전 6세기에 수쉬루타(Sushruta)는 『수쉬루타 상히타(Sushruta Samhita)』에 피부를 떼어서 손상된 코에 이식해 모양을 좋게 하는 방법을 기술했다. 피부이식을 코 성형수술에 이용한 것이다. 


수쉬루타가 수많은 수술 기구와 수술방법을 소개한 책을 통해 당시 코와 귀를 성형하는 수술 수준이 아주 높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코와 귀에 성형술이 필요했던 것은 부적을 달고 다니기 위해 귀에 구멍을 뚫고, 절도죄 처벌을 위해 코를 절단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5세기 중반에 독일의 폴스포인트(Heinrich von Pfolspeundt)가 팔 뒷쪽 피부를 코에 이식해 새로운 코를 만드는 방법을 기술했다. 피부이식을 통해 성형수술에 의한 재건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사용된 것이다.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타글리아코찌(Gaspare Tagliacozzi)는 인도 의사들처럼 환자의 팔에서 얻은 피부를 코에 이식했다. 그는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새로운 코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기록했으며, 얼굴 고정을 위한 수술용 기구를 직접 고안하기도 했다.


1869년 스위스의 리베르딘(Jacques-Louis Reverdin)은 피부에 큰 손상이 생긴 경우 작은 피부조각 여러 개를 준비해 한 곳에 옮겨 붙이는 시술에 성공했다. 약 두 번의 밀레니엄이 지나는 동안 피부이식이 점점 넓은 부위에 적용되는 형태로 발전해간 것이다. 


1874년에 독일의 티에르쉬(Carl Thiersch)는 피부의 세 층중 바깥쪽의 표피와 중간에 위치한 진피를 피부이식에 이용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피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피하조직은 그대로 두고 표피와 진피를 떼어내는 경우 피부가 흉터 없이 재생할 수 있으므로 피부를 어느 층까지 떼어내는지가 미용상 아주 중요하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와 면역학이 발전하면서 공여자와 수혜자의 면역학적 유사성이 이식술의 성패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면역이란 몸 밖에서 몸 안으로 침입한 물질을 인식해 맞서 싸우는 기능이므로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병원체가 침입하는 경우에는 방어를 위해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식을 통해 남의 것을 내가 활용하고자 할 때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같은 면역학적 지식이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므로 자신의 피부를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이식술은 그 후에야 서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장기중 가장 먼저 이식수술이 시행된 것은 콩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의 장기중 가장 먼저 이식수술이 시행된 것은 콩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람 장기 중 가장 먼저 이식수술이 시행된 것은 콩팥

 

사람의 장기는 각각 고유의 기능을 하므로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 기능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 현대의학은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장기에 생긴 질병이 심각할 정도로 진행해 기능을 되살리기 어려워지는 경우 장기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이식을 이용해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장기이식에 사용가능한 장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뇌사자가 많지 않고, 기증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는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한 미국의 머레이(Joseph Edward Murray)는 일란성 쌍둥이끼리 피부를 이식하는 경우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일란성 쌍둥이끼리 장기를 주고받으면 성공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개를 대상으로 콩팥 이식을 수행하면서 지식을 쌓아갔다. 그리고 1954년에 처음으로 건강한 일란성 쌍둥이로부터 콩팥을 떼어내어 병든 콩팥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콩팥을 이식받은 환자는 7년간 생존했으므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머레이는 1959년에 쌍둥이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콩팥 이식수술에 성공했고, 1962년에는 죽은 사람의 콩팥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성공했다. 콩팥이 기능을 못하면 콩팥 대신 노폐물을 걸러주는 투석을 해야 한다. 투석은 보통 4시간씩 일주일에 3회 정도 시행하므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단점이 있으나 이식은 이러한 단점을 깔끔히 해결해 주었다.

 

연합뉴스 제공
최초의 조혈모세포 이식은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1939년에 이루어졌다. 연합뉴스 제공

● 콩팥 이식 다음으로 개가를 올린 조혈모세포이식  

 

콩팥은 개인이 두 개를 가지고 있고, 하나만 있더라도 기능에 별 문제가 없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한 개를 떼어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이식수술에서 콩팥이 가장 먼저 성공한 이유다. 피부이식은 자신의 것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면역기능에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워낙 오래 전부터 행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다.


과거에 골수이식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 것은 뼈 속에서 골수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생산하는 골수를 이식했기 때문이다. 조혈모세포는 이 세 가지 세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세포를 가리킨다. 조혈모세포는 주로 골수에 존재하지만 말초혈관과 제대혈에도 들어 있으므로 골수이식보다 큰 포괄적인 용어다.


골수에 문제가 생기면 피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세포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를 생산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성숙 백혈구를 많이 생산해 백혈구 수는 많지만 기능은 제대로 못하게 되는 백혈병이다.


최초의 조혈모세포 이식은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1939년에 이루어졌다. 이 때는 좋은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1951년에 골수와 비장의 기능을 못하게 한 생쥐에서 골수세포를 이식해 피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세포를 생산하는 일이 가능함이 알려졌다.


그리고 1957년에 미국의 토마스(Edward Donnall Thomas)는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람의 골수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콩팥이식에 성공한 머레이와 함께 199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영예를 안았다. 

 

위키피디아 제공
혈관봉합술을 개발하여 19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카렐(Alexis Carrel). 위키피디아 제공

● 이식수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 기술과 지식

 

현대의학은 공여할 장기만 있다면 이식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켜 주었다. 이와 같은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수술성공률을 좌우하는 다양한 의학적 지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콩팥이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란성 쌍둥이를 이용함으로써 면역거부반응을 피해갈 수 있었던 점과 함께 혈관 봉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혈관봉합술을 개발해 19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카렐(Alexis Carrel)은 이식수술법을 개발하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혈관봉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장기를 이식한 후 혈관을 서로 연결하여 이식한 장기가 산소와 영양소를 곧 공급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장기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머레이가 콩팥이식 수술에 성공한 1954년은 면역학이 막 태동하려는 시기였다. 일란성 쌍둥이의 콩팥이식에 성공한 머레이는 면역이 이식에 아주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면역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1960년대가 되자 다양한 이식수술이 시도되고,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1972년에 스위스 산도즈사는 이식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약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을 개발했다. 이 면역억제제는 장기 수혜자의 몸에서 외부로부터 온 장기에 대한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거부반응을 막는 역할을 한다.


면역억제제가 이식수술 성패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의학자들은 더 좋은 약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스테로이드 제제, 타크롤리무스(tacrolimus) 등이 개발됨으로써 장기이식이 더욱 발전했다.  


간이식 수술은 미국의 스타즐(Thomas Earl Starzl)이 1963년에 처음 성공했다. 첫 환자는 오래 살지 못했지만 1967년에는 1년간 생존하는 환자도 있었다. 1970년대에도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으나 사이클로스포린의 등장은 간이식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간은 재생능력이 좋아서 뇌사자의 간을 둘로 나누어 2명에게 이식하거나 일부만 사용할 수도 있다. 또 1989년에 독일의사 브로엘쉬(Christoph Broelsch)는 미국에서 생체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생체 공여자의 간 일부를 수혜자에게 이식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간이식법이 개발되어 인체에 하나뿐인 장기 중에서는 이식이 널리 행해지는 편이다.


혈관봉합술과 면역억제제의 개발이 장기이식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해 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에 콩팥이식, 1988년에 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고, 지금은 세계수준의 다양한 장기이식 수술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재생의학이란 사람의 몸에서 손상된 부분을 재생시키는 의학이다. 연합뉴스 제공

● 재생의학의 발전이 장기 부족을 해결할 수 있기를

 

오늘날에는 콩팥, 간, 폐, 심장, 췌장(이자) 등의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이식에 의해 생명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술이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에 비해 사용가능한 장기가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 3차원 인쇄술(3D printing)이 발전하면서 구조와 기능이 단순한 뼈나 연골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어 의학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장기를 완전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아직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여용 장기부족 해결을 위해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재생의학이란 사람의 몸에서 손상된 부분을 재생시키는 의학이다. 


인체의 일부를 이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몸에서 새로운 세포를 재생하고 성장할 수 있음이 알려졌으며,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세포, 조직, 장기의 재생에 필요한 재료가 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바로 세 가지 혈액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줄기세포는 세포는 물론 조직과 장기를 합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재료다. 


재생의학은 치료할 수 없는 인체부위를 새 것으로 바꿔 주거나 사람의 치유 능력을 활성화하여 기능을 되살리고자 한다. 부족한 장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자신의 줄기세포로 재생능력을 발전시키면 면역거부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관절염, 황반변성 등 여러 질병에서 재생의학을 이용한 치료법은 아직 가능성만 보여 주는 단계지만 미래에는 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참고문헌
1. 클로드 달렌. 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 김병욱 역. 2009
2. Harold Ellis, Sala Abdalla. A History of Surgery. CPC Press, 2019
3. 노벨 재단 홈페이지. nobelprize.org/prizes/medicine/1990/summary/
4. Aplastic anemia treated with daily transfusions and intravenous marrow; case report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939;13(2):357. 
5. Kaiser LR. "The future of multihospital systems". Topics in Health Care Financing. 1992;18(4):32–45.

 

예병일 연세대원주의대 교수
예병일 연세대원주의대 교수

※필자소개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평소 강연과 집필을 통해 의학과 과학이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가까운 학문이자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학문임을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감염병과 백신』,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처음 만나는 소화의 세계』, 『의학사 노트』, 『전염병 치료제를 내가 만든다면』, 『내가 유전자를 고를 수 있다면』,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내 몸을 찾아 떠나는 의학사 여행』,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의학편』, 『줄기세포로 나를 다시 만든다고?』, 『지못미 의예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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