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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30년간 542번 헌혈한 프로골퍼…"이젠 삶의 일부"

송고시간2022-1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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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우연히 길가에 서 있던 대한적십자사 헌혈 버스를 보고 홀린 듯 들어간 게 긴 헌혈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542차례 헌혈을 한 프로골퍼 김수현(49)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헌혈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습관이 됐다"며 "평소 늘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던 아버지 지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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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최은지기자

초등생에 골수 이식도…"건강한 사람들의 특권, 함께 해달라"

30년간 542번 헌혈을 한 프로골퍼 김수현씨
30년간 542번 헌혈을 한 프로골퍼 김수현씨

[촬영 최은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30년 전인 1992년 9월 서울 노량진 재수 학원에 가던 길이었다.

우연히 길가에 서 있던 대한적십자사 헌혈 버스를 보고 홀린 듯 들어간 게 긴 헌혈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542차례 헌혈을 한 프로골퍼 김수현(49)씨의 이야기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한 달에 1∼2번꼴로 헌혈을 한 셈이다.

김씨는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첫 헌혈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습관이 됐다"며 "평소 늘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던 아버지 지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들의 헌혈 소식을 들은 김씨의 아버지는 이후 20번 넘게 헌혈을 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헌혈을 하다 보면 아버지는 '좋은 일 하는 거다'라며 아들을 칭찬했다고 한다.

김씨가 지금까지 한 헌혈 가운데 400회 이상은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혈소판 성분 헌혈이다.

혈액을 뽑은 뒤 원심분리기로 혈소판 성분을 분리하고 적혈구만 다시 혈관에 넣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길게는 1시간 30분까지도 걸린다.

김씨는 "혈소판 성분 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일반적인 헌혈(전혈)보다 몸에도 부담이 좀 덜 하다"며 "흔히 생각하는 헌혈보다 더 자주 할 수 있어서 요즘은 2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는 제주도에 한 달 정도 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헌혈할 때가 됐는데?' 하는 생각에 주변 헌혈의 집을 찾아가 피를 뽑았다"며 "이젠 헌혈이 삶의 일부분으로 스며든 것 같다"고 웃었다.

가족과 함께 헌혈유공 표창 수여식 참석한 김수현씨
가족과 함께 헌혈유공 표창 수여식 참석한 김수현씨

[김수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헌혈로 시작된 나눔은 골수 이식으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기증으로도 이어졌다.

2003년 김씨에게 마침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형이 맞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그는 흔쾌히 조혈모세포 기증에 나섰다.

그는 "기증받는 환자의 신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남학생이라는 것만 전해 들었다"며 "당시 2박 3일 동안 입원하며 기증했는데 몸이 좀 힘들긴 했지만 작은 힘이나마 환자에게 보탤 수 있어 기뻤다"고 떠올렸다.

대학에서 체육학 전공 후 20년 넘게 골프 티칭 프로로 활약 중인 김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피를 뽑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자신에게 골프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에게도 자율적인 헌혈을 권유하고, 헌혈증을 가져오면 대신 기부도 해주는 등 이른바 '헌혈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처음에는 건강을 염려하던 김씨의 아내도, 5살·7살 난 어린 두 딸도 김씨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최근 경기 김포시가 김포에 거주하는 시민 중 최다 헌혈 기록이라며 김씨에게 표창을 수여했을 때도 온 가족이 참여해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김씨는 "어떻게 보면 헌혈은 건강한 사람들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며 "헌혈에 대한 선입견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부작용도 적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문진 과정도 있기 때문에 연말연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헌혈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헌혈증서 들어보이는 김수현씨
헌혈증서 들어보이는 김수현씨

[촬영 최은지]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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