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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헌혈이 누군가에겐 생명이잖아요”

2022.02.08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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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이라면, 많은 사람이 척추에서 뽑는 걸 떠올린다. 조혈모세포 기증이 헌혈같이 양팔에서 채혈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섬에서 태어난 소년은 자라서 소방관이 됐다. 대구 수성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조나단(29) 소방교는 2017년 헌혈을 하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해 듣고 등록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적합자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동료 소방관들도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했다.

조나단 소방교는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나단 소방교는 앞으로 더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조나단 소방교 제공)


“소방관이라서 더 그럴까요. 이미 희망자 등록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 사내 단체 메일을 돌렸는데요. 조혈모세포 기증이 뭔지 몰랐다며, 흔쾌히 연락을 주셨어요.”

조나단 소방교의 메일을 읽은 12명의 소방관들도 기증 의사를 밝혔고 새롭게 등록하게 됐다. 

타인을 돕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간혹 선한 일을 한 사람에게 동기를 물어보다 답변을 듣고 더 놀라곤 한다. ‘훨씬 힘든 사람들 앞에서 이 정도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안전교육을 하는 조나단 소방교 <조나단 소방교 제공>
안전교육을 하는 조나단 소방교.(조나단 소방교 제공)


그 역시 그랬다. 얼마 전이었다. 모처럼 쉬는 날, 차를 몰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됐다. 바로 내려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해 피해를 막았다. 어릴 때부터 특별히 봉사정신이 강했냐고 묻자, 그는 부끄러운 듯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보통 기증한다고 하면 무섭고 아플 거라 생각하잖아요. 저는 괜찮았어요. 헌혈하듯 양팔에 채혈하고 얼마 있음 다시 조혈모세포가 생기니까요. 솔직히 기증자가 해로운 건 없거든요.” 그는 많은 사람이 이런 부분만 잘 알아도 좀 더 용기를 낼 거 같다고 말했다.

2020년 영천 사회복지시설에서 교육하는 조나단 소방교.
2020년 영천 사회복지시설에서 교육하는 조나단 소방교.(조나단 소방교 제공)


혈연이 아닐 경우, 조혈모세포를 기증받을 수 있는 확률은 2만분의 1 정도다. 등록 후, 기증까지 20년이 걸리기도 하고, 유전자가 맞지 않으면 끝내 못 하기도 한다. 또 등록할 수 있는 연령은 만 40세, 기증은 만 55세 미만까지만 가능하다. 많은 사람의 등록이 필요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1년 헌혈, 장기기증, 조혈모세포 기증 등 생명나눔 참여 현황을 공개하고, 생명나눔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도 대부분이 다음 날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고요. 보통 2~3주 내 완전히 조혈모세포가 회복됩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찾았다. 이곳은 보건복지부 지정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모집, 등록, 이식 조정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지수희 대리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수희 대리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조혈모세포은행협회 지수희 대리는 기증 절차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기증희망 등록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만 18~4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다. 희망자는 소량의 혈액을 채혈한 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된다. 

이후,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면, 기증자의 최종 의사를 확인해 건강검진 후, 기증 3~4일 전부터 조혈모세포 성장인자 피하주사를 맞게 된다. 보통 2박3일 간 입원하는데, 이틀 째에 4~5시간 동안 200~300ml 정도 채혈을 한다. 그동안 코디네이터가 계획과 관리 등을 해준다. 

등록신청서와 채혈통(왼쪽), 봉사하며 만드는 히크만주머니 키트(오른쪽).
등록 신청서와 채혈통(왼쪽), 봉사하며 만드는 히크만주머니 키트(오른쪽).


“나에겐 헌혈이 누군가에겐 생명이잖아요.” 한 기증자가 그랬단다. 살면서 좋은 일을 한 보람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막상 하고 나서는 뭘 그렇게 무서워했었나 싶다고도 했다. 또 간혹 환자에게 좋은 혈액을 주기 위해 건강관리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모든 이야기가 참 훈훈했다. 

공교롭게 기증을 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다가 백혈병을 알게 된 사례도 있었다. 전년도 직장 건강검진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그새 빠르게 진행이 돼, 기증을 위한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된 경우였다.

남지애 코디네이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남지애 코디네이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무척 적극적이셨던 기증자 분이 기억나네요.” 

남지애 코디네이터(이식조정팀)가 입을 열었다. “적합한 환자가 나타났는데, 건강검진 시 당 수치가 높게 나와 안타까워하셨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환자 상태가 안 좋아 일정이 미뤄졌어요. 그 사이, 치료받고 다시 기증하셨죠. 그런데 하시다가 심장혈관이 막힌 게 발견된 거예요. 퇴원 후에 오셔서 기증 덕분에 당뇨도 알고 심장 이상도 신속하게 알게 됐다고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단 방법이 간단하지만, 기증 자체가 쉽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결심이 가장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일을 통해 자긍심이 생기고, 계기가 돼 봉사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인형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인형들.


2021년 기준, 조혈모세포 이식 요청은 800건 정도 있었으나, 실제 환자와 맞아 기증하는 경우는 350여 건에 불과하다. 혈액암 등 혈액질환을 완치하는데 조혈모세포 기증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더없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하는데, 보통 2만분의 1 정도로 많지 않다. 그렇기에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을 많이 해야 이식받을 수 있는 확률이 크다.    

조혈모세포 캐릭터가 협회 안에 서있다.
조혈모세포 캐릭터가 협회 안에 서있다.


코로나19가 만든 고립 때문일까. 배려가 점점 희미해 보이는 요즈음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고 느끼는 건, 이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용기 때문 아닐까. 어딘가에서 조용히 선(善)을 행하는 사람의 훈훈한 마음이 2만분의 1이란 기적을 점점 늘려가리라고 본다. 헌혈과 조혈모세포 같은 망설이는 한걸음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삶의 빛이다. 복지부가 밝힌 21년 12월 말 기준,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4496명이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누리집 : https://kmdp.or.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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