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박현수 대리가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박 대리는 2009년 헌혈을 하던 중 '혈액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에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혈액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조혈모세포 기증을 약속했다.
지난 2월 '조직적합성향원(HLA) 유전형이 100% 일치하는 환자를 찾았다'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의 전화를 받았다. 12년 만에 조혈모세포를 기증 기회가 생긴 것.
조혈모세포 이식의 성공 여부는 환자와 기증자 간 HLA형의 일치여부에 달려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환자와 기증자 간 일치 확률이 부모 5%, 형제자매는 25%이지만 타인은 0.00005%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골수'라는 말과 함께 쓰인다. 골반, 척추, 갈비뼈 등 뼈 내부에 있는 골수에서 생산되며 성인의 경우 골수에 약 1% 정도의 조혈모세포가 존재한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기증 후 2~3주 안에 기증 전 상태로 회복된다.
광양제철소는 박 대리가 최상의 건강상태로 수술에 임할 수 있도록 수술 일정에 맞춰 근무 편성을 조정하는 등 지원했다.
박 대리는 지난달 광양에서 서울의 병원까지 이동해 이틀에 걸쳐 기증에 참여했다. 협회 측이 수여자의 신분을 비공개로 다루기 때문에 박 대리는 수여자의 얼굴이나 이름을 전혀 알 수 없다.
박현수 대리는 "가족과 회사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할지 생각해보니 망설일 일이 아니라고 생각돼 용기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백혈병 환자에 대해서도 "얼굴도, 이름도 알 수 없지만, 꼭 완치해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2010년 광양제철소에 입사한 박현수 대리는 2제강공장에서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한 용강을 옮기는 기중기 운전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매월 봉사활동과 헌혈에도 참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