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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의 기적, 조혈모세포 기증 바로 알기

입력 2020. 11. 03   16:08
업데이트 2020. 11. 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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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육군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김지성 육군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안녕하세요? 김지성님, 조혈모세포은행협회입니다.”

뜨거운 햇빛에 땀이 쉴 새 없이 흐르던 지난여름,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년여 전 육군훈련소, 주말에 성당에 간 나는 그곳에서 감동적인 홍보 영상을 보고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서를 작성했다. 그 후 약 1년 만에 나와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난 것이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어머니 세포’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백혈병 등의 혈액암 환자들에게 필요하며, 적합한 기증자를 찾을 확률은 0.005%로 매우 낮다. 기증 절차는 세 단계였다.

첫째는 건강검진. 둘째는 촉진제 주사 투여인데 이는 기증에 필요한 충분한 조혈모세포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입원 3일 전부터 양팔에 한 대씩 매일 투여받는다. 마지막 단계인 기증을 위해서는 2박3일간 입원을 해야 했다. 입원 후 첫째 날 마지막 촉진제를 맞은 후, 둘째 날에 기증을 진행하고 셋째 날 아침에 퇴원했다. 세간에선 조혈모세포 기증이라 하면 전신 마취 후 골수에서 채취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이 때문에 골수 기증이라 불리며 공포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방식이고, 현재는 성분 헌혈과 비슷하게 팔의 말초 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한다. 마취도 없고 통증도 적다.기증을 결심한 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내겐 당연한 일상을 절실히 소망하고 있을 환자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건강한 신체 하나만으로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값진 결과에 비해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의 양은 매우 적었다. 기껏해야 촉진제 부작용으로 인한 잠깐의 두통과 허리 통증, 기증 당일 주삿바늘을 꽂은 팔에서 느껴진 뻐근함이 전부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증에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국군과 미군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문제없이 마칠 수 있었다. 지원반장님께서는 청원휴가를 건의해 주셨고, 촉진제를 맞는 3일간 매일 자가용으로 부대에서 병원까지 나를 데려다주셨다. 자칫 내가 병에 걸려 기증이 무산되지 않도록, 대중 접촉을 최소화하게 도와주신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미8군 군악대의 분대장·소대장·일등상사·군악대장님 모두 내 결정을 응원해주셨으며, 웃는 얼굴로 자리를 비우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기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해준 국군과 미군의 모습으로부터 생명을 위하는 일에는 국경이 없음을 느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생명나눔실천본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헌혈의 집 등 총 5곳에서 가능하다. 최근 헌혈이 크게 줄어 혈액 수급이 어렵다고 하니 여기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사명인 만큼 여러 생명 수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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