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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인께서 살리신 저희 가족을 기억해주세요> - 수혜자 가족 작성일 2021-12-15 16:26
글쓴이 KMDP 조회수 4,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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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의 조혈모세포 이식 기증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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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기증자님게 도움을 받게 된 아이의 아빠입니다.

감사드리는 마음이 글로 다 전달되지 않겠지만 아무 말 없이 있을 순 없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와 와이프, 장인어른과 장모님, 우리 아이 이렇게 5명이서

남쪽의 섬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깡촌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조용한 시골입니다.


도시에서 사무직을 하던 저는 7년 전쯤 이곳에 흘러 들어와

너무나 착하고 즐거운 아내를 만나고 누구보다 좋으신 장인어른, 장모님을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평화로운 곳에서 일상을 살던 중 기대도 않았던 귀여운 아이가 생겼습니다.

그 이후는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갓 태어났을 땐 부은 눈으로 큰 개구리 같이 울던 내 아이. 

처음 업고 산책 갔을 때 주워 준 은행잎을 다음날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내 아이. 

한창 바빠 시끄러운 가게에서 방문을 턱 열더니

"빠~ 아빠~" 업어달라며 두팔 쭉 내밀던 내 아이.

앞뒤로 많이 짱구라 주변 할머니들이 "앞뒤꼭지 삼천리~"라 놀리는 내 아이.

촌놈이라 그런지 기질이 그런지 유독 낯을 가려 손님 오면 숨기 바쁘지만,

뒤에선 반가움에 씩 웃는 내 아이. 


기쁘게 업고 안고 뽀뽀하고 얘기하고 놀고, 웃고 울고, 먹고 자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 조금이라도 오래 함께 살고파

26년간 줄기차게 피웠던 담배도 끊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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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 아이에게 병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가 기억납니다. 

머뭇거리던 와이프가 쓰러지듯 펑펑 울며 검사를 받아야된다고 얘기했습니다. 


확진 받던 날은 자는 아이를 붙잠고 목 막힌 짐승처럼 꺽꺽대며 울었습니다.

지옥문을 마주한 공포에 압도돼 생업도 뒤로 하고

미친 사람처럼 전국을 누비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어떤 때는 병원 가는 날이 지독시리도 오지 않아 무서웠고,

어떤 때는 병원 날짜가 너무 빨리와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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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와중에 마침내 이렇게 기증자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희에겐 당신이 감히 예수님이고 부처님입니다. 


춥고 어두운 사망의 골짜기를 벌벌 떨며 걷던 우리가족을

당신의 선한 행동이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감사함을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아이에게 유일한 치료법이 조혈모세포이식인걸 알고

저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러 갔습니다.


나이가 있어 조혈모는 안되고 헌혈만 가능하다고 해

빠지지 않고 2달에 한번 헌혈의 집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회복되는 대로

저희 아이와 같은 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도움이되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겠습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네가 어떻게 안 죽고 살 수 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얘기해주고

기증자님께 부끄럽지 않은 아이로

세상에 타인에 도움이 되는 착한 사람으로 반드시 키우겠습니다.


이제 당신의 피가 아이에게 들어가 평생 흐르겠지요.

의사선생님이 말하길 이식받는 날은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이제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이기도 합니다.


제가 눈감는 날까지

이 아이가 살아있을 때까지

저희 가족은 당신을 기억하고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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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께서 평생 건강하시고 하는 일 마다 행운이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혹여 잠깐 고난이 있을땐

남쪽에 살고 있을 저희 가족을 떠올려 주세요.

은인께서 살리신 저희 가족을 기억해주세요.


매일매일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은인께, 제 아이의 또 다른 어버이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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