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귀한 인연>- 수혜자 익명 님 작성일 2019-03-22
글쓴이 KMDP 조회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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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증자
아름다운 계절 가을을 맞아 기증자님도
건강히 잘 지내시는 거 맞죠?

저는 20164월 공여자님의 귀한 골수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답니다.
처음 발병하고 막막하던 심정은 옛일이 되었고
일상의 행복을 즐기며 잘 지내고 있어요.

골수 이식하고 1년이 되었을 때 쯤
감사의 편지를 보냈어야 하는데
이제야 편지를 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기증자님의 건강과 행운을 빌었다는 사실을 살짝 흘립니다.

저에게 주신 골수가 건강한 덕분에 저는 그동안 무섭다는
이식편대 숙주반응이라는 것도 아주 미약하게 지나갔고,
하루하루 건강해지고 있어요.

지금은 머리카락도 많이 자랐고 (원래는 곱슬머리가 아닌데 이식 후
아주 자연스러운 곱슬머리가 되어 파마 값도 안 든답니다.)
웬만한 집안일은 제 손으로 하고 있지요.
공기 좋고 조용한 곳으로 이사도 하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어 매일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아픈 바람에 조기 퇴직을 하여 여유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침이면 집 뒤의 생태공원에서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탑니다.
샅샅이 신문도 읽고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미소 짓기도 하고요.
30년 넘게 직장 다니느라 집과 직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던 것에서 벗어나 취미생활도 하고 피곤하면 쉴 수도 있어 아주 좋아요.


들꽃하나, 한 줄기 바람조차 모두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 매일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아프지 않았다면, 아니 무엇보다도 기증자님의
고마운 골수가 없었다면 맛 볼 수 없는 행복이지요.
같은 병실에서 같은 병명, 같은 나이, 심지어 이름조차 가운데 한 글자만
다른 환우가 있었는데 그 분이 결국 돌아가셨다는 것
뒤늦게 안 날 마음이 몹시 착잡했답니다.

나의 삶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새삼 깨달았어요.
일상을 살면서 그새 감사의 마음이 희미해지고 별 일도 아닌 것에
마음 상하는 우를 범하곤 하는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요.

제가 건강하고 행복할 삶을 이어가고 있어야
공여자님도 더울 뿌듯하고 골수 기증의 의미도 배가되는 것이겠지요.
기증자님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우리는 같은 골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참 귀한 인연이 되었어요.
기증자님이 제 딸과 비슷한 연배인 걸로 알고 있어요.
기증자님과 피를 나눈 사람으로서 힘닿는데 까지
엄마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워 안타까워요.

기증자님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또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잊지 마시고 하는 일 승승장구하길 빌어요.
기증자님은 우리 가족 모두를 살렸으므로
그 어떤 선행보다 값진 일을 한 것이에요.
기증자님 부모님께도 감사드려요.
자랑스러운 기증자님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 마땅해요.
부디 행운이 함께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제가 골수이식을 앞두고 공여자님께 썼던 편지의 구절이 떠오르네요.
꼭 살아남아서 딸의 딸과 함께 예쁜 원피스 맞춰 입고 사진도 찍고 싶고,
우리 아들 결혼식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썼던 것 같아요.
이제 딸은 임신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11월이면 아들 결혼식에 예쁜 한복 차려입고 혼주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에요.
제게 소중한 삶을 선사해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멋진 삶을 만들어 갈 거라고 믿어요.
다음에 또 연락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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